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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26. 14:54

제가 저희 한의원에 오시는 환자분들께 자주 들려드리는 말이 있습니다. 

"ㅇㅇ님, 지금은 많이 힘드시겠지만, 지나고 보면 오히려 지금 잘 아팠구나 싶은 순간이 오실거에요."

힘든 사람한테 잘 아팠다니! 왠 헛소리냐 하실 분들이 계실 겁니다.



신경정신과 질환 특성 상, 저희 한음의 치료는 몸과 마음 양 쪽 모두에서 변화를 꾀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삶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수반됩니다. 

지금까지 내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든걸 스스로도 모른척 하며 참아왔던 시간들에서 벗어나,

내 시간, 내 몸, 내 마음의 주도권을 가지고 내가 온전히 끌어나가는 삶.

저희 한음에서는 환자분들께 삶의 전환점을 만들어드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괴로움에 몸부림쳐 보지 않은 사람보다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함께 키워 나갑니다. 


# 고통은 괴로움과 다르다


고통은 괴로움과 다릅니다.

왜 또 뜬구름 잡는 소릴까요^^

둘다 힘들고 아픈거지 무슨 차이야! 싶은 분들 분명 계실겁니다.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은 별개로 다루어 볼 수 있다는 의미 인데요.


사람이 어떤 객관적 상황을 경험할 때, 그 경험에는 필연적으로 판단에 따른 '어떤 욕망'이 수반됩니다
과거 경험에 비춰보아 내게 긍정적인 상황에서는 '지속하고 싶다'는 욕망
내게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피하고 싶다'는 욕망이 반사적으로 발생합니다.

결과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내 경험이라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객관적인 무언가에 나의 반응이 더해진 총합으로 구성됩니다.


# 고통과 함께 머물기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태도 

= 수용


문제는 우리 삶에는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항상 함께 한다는 점입니다.

좀더 쉬운 이해를 위해서 "개미"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개미가 개미로서 살아가는 이상, 먹이를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넓은 대지를 돌아다니며 일해야만 합니다. 그러다보면 어쩔 수 없이 울퉁불퉁한 길들을 다녀야 할텐데요.

문제는 개중에는 개미를 잡아먹기 위한 "개미지옥"이란 벌레가 파놓은 구덩이들이 놓여 있단 점입니다.
개미가 개미인 이상 피할 수 없는 덫 이고, 어느 순간 개미지옥 구덩이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자, 여기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구덩이에 빠진 개미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당.연.히.
구덩이를 빠져나가 살기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겠죠.

하지만
발버둥 칠수록 모래는 무너져 내릴 것이고

결과적으로 개미는 구덩이 바닥까지 흘러내려가, 개미지옥에게 잡아먹히고 말 겁니다.


자, 여기서 질문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지금 글을 읽고 계시는 당신이,
구덩이에 빠진 개미 입장으로 들어가 본다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정답은 뒤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 수용할 때, 

내 삶의 주도권은 나에게 온전히 돌아온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와서, 

내가 피하고 싶은 경험 (고통)을 겪을때, 마음 속에서는 그걸 피하고자 하는 욕망이 올라오게되고, 고통에 대한 반응으로 괴로움이 추가적으로 발생합니다.

문제는 내가 피하고 싶은 경험 (고통) 중에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는 겁니다.

예를들어,
방 안이 냄새나는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면
밖으로 나가거나, 혹은 청소를 해서 치울 수 있겠죠.

그런데, 만약
방 문이 고장나서 당장 밖으로 나갈 수도, 청소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면...?
열쇠집에 당장 전화를 걸어보아도 30분 뒤에 도착 가능하다고 한다면...

내 앞에 놓인
"쓰레기로 뒤덮인 방 안에서의 30분"이라는 경험은 내가 피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는 경험입니다.

이때 어떤 행동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덜 괴로운 30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일까요?^^ㅋ

고통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바이지만

괴로움은 내가 어찌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30분 동안 

코를 막고도 느껴지는 냄새와 더불어 차분하게 머무르기를 선택한다면,

문 열어 달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문을 두드리는 시간보단 덜 힘들 수 있습니다.


그 누구도 흘러가는 시간을 막을 수 없고,

시간이 흐르며, 주변 상황은 변화 합니다.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은

발버둥 치기를 멈추고, 구덩이 안에서 엎드려 있는 일입니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당장 구덩이 안에 빠져 있다는 상황이 변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당장 개미지옥에게 잡아먹히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상황은 변해서
친구 개미가 밖으로 빠져나가는걸 도와줄 수도 있고
강한 바람에 떠밀러 빠져나올 수도 있고
큰 동물이 구덩이를 밟아서 구덩이를 메워줄 수도 있습니다.


무엇하나 확실한 것은 없지만,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은 막을 수 있고

상황은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변하게 마련입니다.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환자분 곁에서 함께 머물며,

환자분이 좀더 수월하게 이 시간을 겪어나가실 수 있도록

저희 한음이 도와드리겠습니다.